기사단장 죽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기사단장 죽이기』_무라카미 하루키 다만 내게는 딱 한 가지, 굳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아내의 눈을 보면 열두 살에 주은 내 누이동생의 눈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것이 그녀에게 반한 가장 큰 이유라는 사실이다. 그 눈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열심히 내 사람을 만들려 노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고, 실제로 마지막까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숨겨온 유일한 비밀이었다. 그녀가 내게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아마 있었을 테지만-나는 모른다. 아내의 이름은 유즈였다. 요리에 쓰는 유즈(柚子). 섹스할 때 가끔 장난삼아 그녀를 '스다치(酢橘)' 라고 불렀다. 귓속말로 살짝 속삭이는 것이다. ㅡ럴 때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반쯤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스다치가 아니라 유즈. 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