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다이 시지에 재봉사의 등장으로 마을은 무질서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예쁘든 밉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젊든 늙었든 상관없이 여자들은 모두 옷감과 레이스, 리본, 단추, 재봉실, 평소에 꿈꿔온 디자인을 가지고 서로 경쟁을 벌였다. 뤄와 나는 여자들이 가봉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흥분과 조바심과 가슴 저 밑에서 터져나오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욕망에 질색하고 말았다. 그 어떤 정치제도나 경제적 압박도 여자들에게서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아마도 모성애만큼이나 오래됐을,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을 빼앗지는 못했다.- p. 168 ----------------------------------------------------------------------------------------------.. 더보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Narziß und Goldmund』, 헤르만 헤세 “네가 어머니의 품에 잠들어 있다면, 나는 황야에서 깨어 있는 거야. 네가 꿈에서 소녀를 본다면, 나는 꿈에서 소년을 봐.” 인간의 정신과 영혼, 이성과 감성, 사상과 상상, 예술과 철학 중에 어느 쪽이 더 우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껏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이 관찰과 실험(!)들을 통한 이론들로 각기 다른 주장을 해왔지만 여전히 이 주제는 결론지어지지 않으며 많은 영역에서 그 자체로도 창작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마치 여성과 남성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처럼 아마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나르치스Narziß는 마리아브론 수도원의 원생이다. 그는 늠름한 행동거지와 섬세한 성품을 지닌 이로서 특히 그리스어에 탁월한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특유의 사색적인 시선으로 남을 파악하는.. 더보기 『리스본행 야간열차Nachtzug Nach Lissabon』, 파스칼 메르시어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걸까?" 영화를 먼저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는 소리에 찾아보게 되었다. 소설은 스위스 베른에서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여인, 우연히 얻게 된 책 한 권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놓고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레고리우스는 그의 고전어(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언제나 규칙적인 모습(적어도 외적으로는,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린다)으로 인하여 문두스Mundus라는 별명을 가진 고전어 담당 선생이다. 그는 베른의 에스파냐 책방에서 발견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의 저자 '아마데우 드 프라우'를 만나기 위해 스위스를 떠나 포트투갈의 리스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생각.. 더보기 『태백산맥』, 조정래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먼저 읽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로 자극을 받아 읽기 시작한 책. 벌교에도 다녀왔다는 이야길 듣고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최근에 이야기를 해보니 4권까지만 읽고 다녀왔다고 한다. 이야기 초반의 무대이면서 등장 인물들 대부분의 고향으로서 전남 '벌교'가 등장하는데, 인물들의 캐릭터 성이나 도시에 묘사 때문이라도 '벌교'에 간다고 하면 '태백산맥' 읽었냐는 소리가 당연스럽게 나오는 듯 하다. 소설은 48년 여순사건 에서 시작하여 이후의 굵직굵직한 사건들, 이를테면 김구 피살, 남한 단독선거, 한국전쟁. 한강 인도교 폭파, 보도연맹 학살, 거창 양민학살 부터 휴전협정 조인까지의 일 들을 다양한 인물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그 길을 나서는 데 아무런 두려움이..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