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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_무라카미 하루키 다만 내게는 딱 한 가지, 굳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아내의 눈을 보면 열두 살에 주은 내 누이동생의 눈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것이 그녀에게 반한 가장 큰 이유라는 사실이다. 그 눈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열심히 내 사람을 만들려 노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고, 실제로 마지막까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숨겨온 유일한 비밀이었다. 그녀가 내게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아마 있었을 테지만-나는 모른다. 아내의 이름은 유즈였다. 요리에 쓰는 유즈(柚子). 섹스할 때 가끔 장난삼아 그녀를 '스다치(酢橘)' 라고 불렀다. 귓속말로 살짝 속삭이는 것이다. ㅡ럴 때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반쯤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스다치가 아니라 유즈. 비.. 더보기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_가도이 요시노부 (전략)도전적인 눈빛으로 인생을 건 젊은이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이 녀석을 데려와야겠군.' 하고 정했다고 한다. 손기술이나 지식은 나중에 얼마든지 익힐 수 있지만 야심만큼은 타고나는 법이다. -p. 98 어렵다. 2년만에 다시 포스팅을 하려고 하니 원래 어떤 식으로 썼었는지, 어떤 컨셉으로 후기를 남겼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몇 되지도 않는 포스트들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일관적이지도 않고 가독성 역시 떨어지는 탓에 그냥 새로운 마음으로, 내키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견제에 의해 자신의 원래 영토였던 도카이 지방을 헌납하고 간토지방으로 봉해지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봉토 교체시 미곡 수확량이 150만석에서 250만석 이상으로 오른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더보기
16.04.10_휴업의 변辯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의 올해 TV중계 광고료는 초당 2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TV광고가 15초에 15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세계에 중계되다보니 그 파급력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광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첨병에 있는 TV를 이용한 효과 역시 그렇다. 단골들이나 찾던 맛집도 TV에 한 번 등장하고나면 사람들로 장사진이 쳐져서 정작 단골들은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다니 말이다. 사실 왕왕 잊고 살았던 대중매체의 그 등장배경이나 성격이 그렇듯, 그것은 같은 채널권(?)을 가진 권역의 사람들에게 같은 것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같은 것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동질감 등으로 사람들을 묶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