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의 올해 TV중계 광고료는 초당 2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TV광고가 15초에 15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세계에 중계되다보니 그 파급력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광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첨병에 있는 TV를 이용한 효과 역시 그렇다. 단골들이나 찾던 맛집도 TV에 한 번 등장하고나면 사람들로 장사진이 쳐져서 정작 단골들은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다니 말이다.
사실 왕왕 잊고 살았던 대중매체의 그 등장배경이나 성격이 그렇듯, 그것은 같은 채널권(?)을 가진 권역의 사람들에게 같은 것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같은 것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동질감 등으로 사람들을 묶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입받는 일정 수준 정도의 앎만 끊임없이 서로 확인하는 과정 바깥에서 누군가 웃고 있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같은 맛집 정보를 알고, 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며, 같은 상식을 공유하는 일이 사회생활에 요구되는 공통된 최저점인 세상에서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는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그리고 자기 것을 구축할 시금전적(時金錢的) 여유가 없는 이들은 점점 주어진 영역 안에서만 컨텐츠를 찾고 공유하고 만족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른바 '대중'이라는 사람들은 일정한 풀 안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폰 산업의 만남으로 1인 컨텐츠 생산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그 늘어난 가짓수만큼이나 기존 거대 매체에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더욱이 개인 단위로 파편화된 사회는 거대 매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송출되는 흉흉한 소식과, 자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신뢰도에 지속적으로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매체를 막론하고 '요즘 사람들은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꾸준하게 들린다. 흔히들 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의 취업이나 인생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서점에 관한 이야기다. 요사이 출판시장에서 매체에 소개되지 않는 책들은 판매가 쉽지 않다고 한다. 독자들이 어딘가의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책에는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 역시 상기했던 대중매체에 대한 이야기에서 멀리 있지 않은 이야기가 아닐까.
며칠 전 이문재 시인이 칼럼에서 "낯설고 불편한 여행의 즐거움이 추방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요즘은 여행을 가도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식당엘 가고 모르는 장소엘 가보고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을 찾아보고, 매체에 소개된 곳을 가보는 식이다. 결국은 이 역시도 '남들이 먹어, 입어, 찾아가 '본' 것을 공유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는 이런 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라고, 더 나아가 '관광상품'이라고 한다.
물론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원이 부족하여 '최적의' 예산으로 경로와 스케쥴을 짜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들을 먹고 보고 오는 것이 당연하고,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 가깝게는 연애(데이트코스), 결혼(스드메)에서부터 과거에는 학창시절에 학교에 매어서, 같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등의 말이다. 그러나 범인凡人들이 다른 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결혼식을 하고, 자신들만의 데이트코스를 연구하는 등의 일은 그 새로운 만큼 투자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
요즘 사람인 나도 나름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주체적으로 찾아본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결국 '아직 안읽은'고전 중에서 찾는 편이었다. 사실은 애초 '남들과 대화 가능할' 정도의 책들을 찾았으니 결국 그 단추가 처음부터 이리 맞춰진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음, 이야기가 길어지고 조야한 것은 감추고 싶었던 내 상태가 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몇 곳 면접을 봤으나..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까지 퇴짜를 맞고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러고 보니 위에 수학여행 이야기를 적었는데 어느새,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올 해에는 다시 뭔가를 투고를 해 볼 생각이다. 핑계 끝.
* 후기는 이번 주에 쉽니다. 아마 다음주도? 쓰게 될 글은 여기도 동시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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