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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귀도 레니Guido Reni의 하지만 내 최초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 종말을 고할 것인지, 내가 희미하게나마 예감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어쩌면 그런 예감이 몰고 온 불안이 내 쾌락의 핵심이었는지도 모른다.- p. 75 지금은 그 출처를 정확하게 찾을 수가 없지만, 작년 즈음인가 신문에서 '자신이 동생애자인가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느냐' 하는 고민을 했다는 학생이 꽤나 많았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는데, 요즘 '걸크러쉬'라는 신조어가 많이 쓰이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정신의학자들은 확실히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조심할 것은 그 현상들이 '정신병'적이라는 표현은 아니라는 점이며, 병리학에서 진행단계별로 제각각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인간정신에 대한 동일한 과정이 반드시.. 더보기
2016.04.01_봄이 아직 작년 여행에 관한 것들을 업로드하지도 못했는데, 출국했었던 날이 지나갔네요. 사실은 후기란에 불이 밝혀졌어야 맞는 금요일이었지만, 뭐라고 핑계를 잔뜩 늘여놓으려다가 그냥 차일피일 하다 미뤄졌다고만 적습니다. 이 주에는 비록 생각하던 분야와는 많이 멀지만 몇 곳의 면접을 봤고, 오늘까지 하여 이틀정도 집안일을 조금 거들었습다. 피기 시작한 꽃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어쩐지 깔깔한 목과 뻑뻑해지는 눈, 보닛 위에 앉기 시작하는 꽃가루로 봄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인가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기능이 조금 있어서 사용해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도 같네요. 어떻게든 마무리 하려고 붙잡고 있었지만 밤도 늦었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작은거미가 한마리 보이는 바람에 신경이 쓰여서 이만 중단하고 자러 갑니다... 더보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헤르만 헤세 그는 증오로 가득 차서 집시들이 몰고 온 초록색 마차 아랫부분의 주름을 파리 블루로 할퀴듯 그려 넣었다. 그는 격분한 나머지 크롬 옐로를 방충석防衝石 모서리에 내동댕이쳤다. 그는 깊은 절망에 사로잡혀, 칠하지 않고 비워 둔 곳에다 치노버를 찍어서 튀어나온 하양을 죽여 버렸으며, 영속을 얻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웠고, 잔인한 신을 표현하기 위해 옅은 노랑과 나폴리 옐로로 고함을 쳤다. 그는 신음을 내면서 더 많은 파랑을 무미건조한 먼지투성이의 초록에 내동댕이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마음속의 불을 저녁 하늘에 붙였다. - p.59 --- 이 소설을 보고 느낀 점은 한마디로 '(색채에 관해)작정하고 썼구나'였다. 화가 클링조어가 마지막으로 보낸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여름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그대로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