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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데 그걸 거부하는 것은, 그때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그 순간이 유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의 불행은 거부하는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남이 권하는 데 거부하면, 상대에게나 내게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틈이 생기는 것 같은 공포에 위협받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렇게 반미치광이가 되서 찾아다니던 모르핀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부한 겁니다. 요시코의 그 '천사 같은 무지'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던 걸까요. 나는 그 순간 이미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건 아닐까요.- p.130 ------------------------------------------------------------------------------- 생각보다,.. 더보기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다이 시지에 재봉사의 등장으로 마을은 무질서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예쁘든 밉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젊든 늙었든 상관없이 여자들은 모두 옷감과 레이스, 리본, 단추, 재봉실, 평소에 꿈꿔온 디자인을 가지고 서로 경쟁을 벌였다. 뤄와 나는 여자들이 가봉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흥분과 조바심과 가슴 저 밑에서 터져나오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욕망에 질색하고 말았다. 그 어떤 정치제도나 경제적 압박도 여자들에게서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아마도 모성애만큼이나 오래됐을,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을 빼앗지는 못했다.- p. 168 ----------------------------------------------------------------------------------------------.. 더보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Narziß und Goldmund』, 헤르만 헤세 “네가 어머니의 품에 잠들어 있다면, 나는 황야에서 깨어 있는 거야. 네가 꿈에서 소녀를 본다면, 나는 꿈에서 소년을 봐.” 인간의 정신과 영혼, 이성과 감성, 사상과 상상, 예술과 철학 중에 어느 쪽이 더 우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껏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이 관찰과 실험(!)들을 통한 이론들로 각기 다른 주장을 해왔지만 여전히 이 주제는 결론지어지지 않으며 많은 영역에서 그 자체로도 창작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마치 여성과 남성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처럼 아마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나르치스Narziß는 마리아브론 수도원의 원생이다. 그는 늠름한 행동거지와 섬세한 성품을 지닌 이로서 특히 그리스어에 탁월한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특유의 사색적인 시선으로 남을 파악하는.. 더보기